백내장 수술 후 시간이 지난 뒤에도 드물게 인공수정체가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례는, 수술은 문제없이 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 후 인공수정체가 탈구되며 불편을 겪었던 한 환자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68세 남성 환자분으로, 약 2년 전 저희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 당시 경과는 아주 좋았고, 이후에는 거주지 인근 안과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는 증상으로 내원하셨고, 왼쪽 눈의 시력이 이전보다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시력은 0.8로 크게 나쁘진 않았지만, 환자분의 주관적인 불편감은 분명했습니다.
검사 결과 왼쪽 눈의 홍채가 약간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고, 렌즈 주변에서 비정상적인 돌출이 관찰되었습니다. 인공수정체의 한쪽 다리(햅틱이라 부릅니다)가 앞쪽으로 빠져나와 있었던 것입니다.
환자분께 확인해보니 최근 눈을 세게 비빈 적이 있고, 가벼운 외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백내장 수술에서 인공수정체는 수정체낭이라는 얇은 막 안에 넣어 고정되는데, 이를 지지해주는 섬모체 소대라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손상되면서 렌즈가 제 위치를 벗어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어두운 곳이나 밤처럼 동공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렌즈가 앞쪽으로 빠져나오기 쉬운데, 이후 동공이 다시 줄어들면서 렌즈가 그 상태로 고정돼버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인공수정체를 실로 꿰어 공막(눈의 외벽)에 고정하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렌즈를 아예 제거하고 새 렌즈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렌즈 자체에 큰 문제가 없었고, 지지 구조의 손상도 비교적 경미해 보여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결정했습니다.
간단한 국소 마취 후 동공을 확장하여 빠져나온 인공수정체를 조심스럽게 원래 위치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후 렌즈가 다시 빠지지 않도록 동공을 좁혀 고정력을 높여주었습니다.
수술 후에는 안압 상승을 예방하고 동공을 살짝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알파간'이라는 점안약을 사용했습니다. 알파간은 주로 녹내장 치료제로 쓰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도움이 됩니다. 필요에 따라 ‘필로카르핀’ 같은 강한 축동제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알파간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시술 후 인공수정체는 정상 위치에 잘 고정되었고, 시력도 1.0으로 회복되었습니다. 환자분도 시야가 훨씬 맑아졌다고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인공수정체 탈구는 흔한 합병증은 아니지만, 발생할 경우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처치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큰 수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교적 간단하게 회복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증상이 생기면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으시길 권해드립니다.